나는 개강으로 인한 스케줄과 살인적인<?> 풀타임 수업을 핑계 삼아 참석하지 못했지만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모여 사전준비를 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던 3월 6일의 아침이 밝았다. 자원봉사자들은 10시까지 모이라는 문자를 받고 설레는 마음으로 꽃단장<?>을 하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정확히 10시 1분에 이화여대 대강당 앞에 집합하고 명찰을 받은 뒤 나의 역할인 행사 촬영을 위해 카메라를 살폈는데, 아뿔사! 어제 밤 분명 충전기에 배터리를 살포시 꽂아 두었건만 잔량이 거의 제로. 아마 내가 배터리를 거실에 두고 꿈나라로 간 사이 집안 식구 중 누군가가 코드를 뽑은 모양이었다. 결국 자원봉사자 교육도 받지 못하고 인근을 헤매었으나 충전 장소를 찾을 수 없어 역할을 바꾸어 퍼레이드 안전 봉사를 맡게 되었다.

퍼레이드, 즉 거리 행진이 시작될 시간은 3시라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그 시간을 이용해 대강당 앞에 사이좋게 설치된 부스들을 살펴보았다. ‘세계여성의날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문제화시킬 수 있는 이슈는 뭐가 있을까?’라는 궁금증 때문이었다. 일단 여성문제- 하면 생각나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여성의 근로에 대한 문제, 육아 휴직, 직장 내 성차별 등등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톤이 다른 보라색 아이템으로 여성의 날을 기리는 많은 부스들은 생각보다 많은 문제들을 다루고 있었다. 집안 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건강한 무상급식문제, 위안부 할머니들에 관한 문제, 성매매 근절에 관한 문제, 여성 정치가 배출 및 여성 투표율 신장에 관한 문제, 낙태에 관한 문제, 성폭력에 대한 문제, 사회적 약자에 관한 문제, 다양성에 관한 문제 등 사회에서 논의거리가 되고 있는 문제들은 전부 망라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당연한 일이었다. 여성 문제란 반(半)인류에 대한 문제이고, 이 반(半)인류는 전(全)인류와 사회, 경제, 인류, 생물학적으로 완전히 분리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행사를 둘러보며 또 하나 놀라웠던 것은 한국여성대회 행사가 그렇게 많이 홍보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남녀노소와 외국인분들의 참여가 많았던 것이다. 다정하게 손을 잡고 방문한 연인,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풍선을 보고 좋아하는 아이들과 함께 행사에 참여한 어머니, 친구 같아 보이는 모녀, 부스들을 꼼꼼하게 인터뷰하던 고등학생 소녀들, 대강당으로 오르는 계단을 향해 즐거운 투덜거림과 학창시절에 대한 추억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행사장으로 향하시던 아주머니들, 위안부 문제를 다룬 부스에서 봉사하시던 일본인 여성분들, 짧은 교육에도 불구하고 큰 애정과 열정을 보여준 자원봉사자들. 이런 많은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바로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명확하게 밝혀주는 것이며 앞으로 더욱 발전할 한국의 여성 및 남성의 인권에 대한 청신호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윽고 퍼레이드 시간이 되어 거리 행진을 하시는 분들에게 이정표 역할<?> 및 안전 보호에 대한 자원봉사를 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 다른 톤의 각자 다른 보라색 아이템을 지니고 즐거운 표정으로 걸으며 여성 문제를 알리기 위해 피켓과 깃발을 흔드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또한 다양한 공연이 준비되어 있어 즐거운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었다. 다만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많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행사를 알릴 수 있게 팜플렛 등을 나누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생겼다. 많은 다른 사람들이 “뭐하는 거지?”하고 궁금증을 갖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자원봉사자들이나 행사 참가자들이 설명을 해주긴 하였지만, 말보다는 글이 머리에 오래 남는 법. 대강당 앞 부스들에서 나누어주던 팜플렛들을 모아와 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또한 여성문제에 대한 개방적이고 올바른 토론의 장을 온, 오프라인으로 갖게 된다면 더욱 이런 문제에 대한 이슈화가 되고 좋은 방향으로 국민의 사고 및 국회의 정책이 변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여성의날 여성연합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