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한국여성대회 여성운동특별상 수상자 소개



'강남여성살해사건' 이후

3만5천여개의 포스트잇을 써내려간 여성들






‘우연히 살아남은 나는 여성입니다.’


2016년 5월 17일 새벽 강남역 인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살해되었다. 사건 직후 살인범 김 모씨가 화장실에 들어온 남성 6명은 그냥 내보내고 이후에 들어온 첫 번째 여성을 살해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경찰은 이 사건을 ‘조현병 환자의 묻지마 범죄’로 단정하며 ‘여성혐오 범죄’와 선을 그었고 일군의 남성들도 자신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몰지 말라’며 사건의 본질을 왜곡했다. 하지만 여성들은 이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규정짓고 이에 반대하는 행동들을 자발적으로 이어갔다. 


18일 오후부터 이 사건의 여성혐오적 맥락을 파악하고 여성의 죽음을 애도하는 포스트잇이 강남역 10번 출구에 붙기 시작했다. 이틀 후인 5월 19일 저녁 7시 반에는 "한 개인으로 인해 저질러진 것이지만 그 배후에는 대한민국 사회라는 공범이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한 네티즌의 제안으로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촛불 추모 문화제가 열렸고 이는 5월 27일까지 8일간 반여성혐오 자유발언대로 이어졌다. 수많은 여성들은 포스트잇에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너의 죽은 곧 나의 죽음이기도 하다’ ‘여자라 살해당했다’ 등 추모와 울분, 공감과 변화에 대한 목소리를 쏟아냈던 이러한 공간은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으로 확산되었으며,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여성차별과 여성혐오에 대해 토론하고 대안을 고민하는 과정이 되었다. 이후 추모를 넘어 여성들이 겪는 차별과 억압을 드러내고 당시 온라인에서 활발한 여성주의에 대한 열망과 에너지를 폭발시킬 공간을 마련하고, 자유발언대 등을 통해 확인된 여성들 간 연대를 확인하는 자리가 전국 곳곳에서 만들어지면서 성평등한 사회만이 여성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는 외침으로 확산되었다.


성평등을 향한 연대는 계속 확장 중 


강남여성살해사건을 계기로 여성차별과 여성혐오에 대한 반대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폭발적인 동의를 얻고 있다. 여성들이 차별과 혐오의 피해경험을 드러내고  사회구조적 문제를 성찰하는 공론장의 만남이 거듭되면서 다양한 주제의 여성연대도 구성되고 있다. 정부의 입법예고로 ‘낙태죄’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검은 시위’가 벌어졌고,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광장에서 가시화되는 여성혐오에 반대하여 ‘차별없는 평등집회’를 위한 ‘페미존’ 활동도 활발해지는 등 한국사회의 민주주의가 젠더관점을 반영해야 한다는 여성들의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라는 단어가 보다 친숙해졌으며 ‘페미니즘’ 공부도 활발하다. 심지어 정치권에서도 여성유권자의 표심을 의식해서 ‘페미니스트’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성평등 사회로 가는 길에 여성의 목소리가 있어야 하고, 이 목소리는 용기와 자각, 그리고 여성연대를 통해 한걸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한 2016년. ‘강남여성살해사건’은 수많은 여성들에게 아픈 자각이 되었고, 실천의 촉매가 되었다. 강남역 10번 출구를 뒤덮었던 포스트잇에 담긴 ‘잊지 않겠다’는 다짐과 용기는 우리 사회가 성평등사회로 가기 위한 동력이자 연대를 확인하는 징표가 되었다. 다짐과 용기로 함께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모든 여성들, 이들의 연대를 확신하면서 ‘여성운동 특별상’으로 기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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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성의날 여성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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