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재판 :::

 그 여자는 수십 년간 남편으로부터 폭행당했다고 했습니다. 그 여자는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집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말과 아내와 엄마로서의 역할을 다 해야 한다는 말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폭언과 폭행이 있어도 ‘집안’에서 일어난 일이므로, 그리고 주어진 역할이 있으므로 그저 더 참아보려 했습니다.

 몇 번은 신고를 하기도 하고, 또 몇 번은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참고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깨끗이 떠나지 못하는 그 여자가 바보라고도 했습니다.

 2009년 그녀는 폭행 후 잠든 남편의 목을 졸랐습니다.

  재판부는 그 여자의 가정폭력 피해사실은 인정했지만, 1심에서는 10년, 2심에서는 8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녀는 현재 교도소에서 수감중입니다.  

그 남자의 재판 :::

  그 남자는 반찬이 맛이 없다거나, 욕실에 치약이 떨어지거나, 애완견이 짖거나, 부인이 어디갔다왔냐고 물어보거나 할 때, 부인에게 욕을 하거나 폭행을 했습니다. 별 다른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후회도 곧잘 했구요. 단지 기분이 좋지 않아서 그랬으니까요. 정말 미안한 마음에 가끔은 선물도 불쑥 하곤 했습니다.

 그날도 그냥 평범한 날이었습니다. ‘말다툼’ 도중, 부인을 때린 것은 맞으니까요. 그러나 그날따라 쓰러진 부인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아시겠지만, 처음부터 죽이려고 때린 건 아니었습니다. 때리다 보니 부인이 죽은 것이지요.

 재판부는 그 남자의 평소 가정폭력 가해 사실은 인정했지만, 그 남자가 처음부터 죽이려고 한 게 아니었으며, 초범이며,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그는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녀가 정의로운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평소 폭력을 행하던 남편이나 애인을 살해한 죄로 청주여자교도소에 수감중인 여성은 94명, 이 중 36명은 무기징역, 1명은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입니다. 이들의 평균 형량은 13년입니다.

  2008년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살인범죄에 관한 양형기준을 발표하면서 가정폭력피해자가 가해자를 사망케 한 경우에는 양형의 감경요소로 인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수십 년간 남편으로부터 폭행당한 여성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적절한 사회적 지원을 받지 못한 여성들, 결국 본인의 손으로 폭력적인 관계를 끝낼 수밖에 없었던 그 여성들은 편안한 일상 한 번 지내보지 못하고, 여생을 감옥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죄를 지었으니,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도록 하는 게 당연한 걸까요? 죄를 지었다면, 그녀는 무슨 죄를 지었을까요? 이 모든 게 그녀만의 잘못일까요? 국가에게는, 우리에게는 책임이 없는 걸까요?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미 선고를 받은 실제 사례로 다시 재판을 열고자 합니다.
그녀의 피해사실을 충분히 인정하고, 사회적 자원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확인하고자 합니다.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야 할 만큼 그녀가 사회적으로 위험한 인물인지 확인하고자 합니다.
무엇이 정당방위이길래, 그녀가 구원받을 수 없는지 확인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정의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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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성의날 여성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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