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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기획기사] 한국캘리그라피협회 유현덕 대표 인터뷰 본문

역대 한국여성대회(제1-34회)/제31회 한국여성대회(2015)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기획기사] 한국캘리그라피협회 유현덕 대표 인터뷰

여성의날 여성연합 2015.02.27 16:18

“캘리그라피는 소통입니다”



제31회 한국여성대회 슬로건 글씨 재능기부

광고디자인 전공 후 17년간 대기업에서 광고제작

‘어떻게’보다 ‘무엇을’ 쓸 것인지가 더 중요



“캘리그라퍼는 글씨로 소통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쓴 글씨를 초등학생이 볼 수도 있고, 노인이 볼 수도 있죠. 또 굉장히 슬픈 사람이 볼 수도 있고,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쁜 사람이 볼 수도 있어요. 그런 여러 사람들과 소통해야 합니다. 글씨를 통해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쓰다듬을 수 있어야 해요.” 





“작가는 독자의 호흡을 뺏는 사람”


유현덕(55) 한국캘리그라피협회 대표는 캘리그라피를 ‘솔직함’이라고 정의했다. 최근 대중적 사랑을 받으며 다양한 영역에 활용되고 있는 캘리그라피를 ‘예쁜 손글씨’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유 대표는 캘리그라피가 ‘예쁘기만’ 한 글씨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캘리그라피를 배우는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쓸 것인가만 고민합니다. 그건 아니에요. ‘무엇을’ 쓸 것인가가 더 중요합니다. 만약 간판 글씨를 쓴다면 의뢰한 사람의 연령대나 사업장 규모와 위치, 옆 가게의 색깔 등 여러 가지를 모두 고려해서 써야 해요. 또 상대방에게 감사의 의미를 전달하고 싶다면 그 글씨에 진짜 감사의 마음이 담겨 있어야 그것이 독자에게 전달되는 것이죠. 그렇지 않다면 기계로 뽑아낸 글씨와 뭐가 다르겠어요.”


2년 전 한국캘리그라피협회를 설립한 유 대표는 광고 디자인을 전공하고 대기업에서 17년간 광고제작 일을 했다. 캘리그라피와의 인연은 16여 년 전 디자인 업체를 설립하면서부터다. 캘리그라피라는 말도 생소했던 시절부터 그것을 다자인에 적용해 왔던 그에 따르면 약 5년 전부터 캘리그라피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폭발했다고 한다.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은 반가운 일이나 단순히 예쁜 글씨로만 인식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우려를 금치 못했다. 





“캘리그라피는 배워서 남 주는 것”


작가와 독자 간의 소통을 강조하는 그는 적극적인 나눔 활동을 통해 독자와 만나고 있다. 유 대표는 협회에 속해 있는 작가들과 함께 유니세프나 환경재단 등 각종 NGO 행사에서 재능기부를 지속해 오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도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영화 시작 전 멋진 영상과 함께 시 한 편을 유 대표의 글씨로 감상할 수 있는 것. 그는 영화관이 광고 수익을 포기하고 진행하는 공익사업인 만큼 자신도 재능기부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저는 캘리그라피를 하면서 제자들에게 ‘배워서 남 주자’고 말합니다. 남을 위해서 캘리그라피를 사용하는게 제일 큰 목표에요. 이거 해서 먹고 살 생각하면 안돼요. 남 주다보면 거기서 밥이 나오는 것이지 ‘얼마 받아야겠다’ 생각하면 못합니다. 우리가 가진 재능을 그렇게 전달하는게 우리가 배운 목표고, 그렇게 따뜻함을 자꾸 우리 속에 넣어야 우리가 생각하는 것들이 다시 토해져 나와요.”


‘나눔이 배움의 목표’라는 그는 올해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1회 한국여성대회에도 재능기부로 동참한다. 대회 당일인 3월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념 퍼포먼스와 함께 협회 작가들이 사람들에게 캘리그라피를 써주는 나눔 행사도 개최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까지 한국여성대회의 31개 슬로건을 31명의 작가가 나누어 쓰고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 허스토리홀에서 전시할 계획이다.

“슬로건 작업을 하는 작가들에게 슬로건 자체로만 이해하지 말고, 그것이 나오게 된 배경을 찾아보라고 했어요. 그 시대와 현장에 직접 서 있다, 이것이 내 현실이다 생각하고 쓰라고요. 그렇게 슬로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소화해야 작가의 솔직함이 글씨에 표현되는 것입니다.”

‘성평등은 모두를 위한 진보다’라는 올해 여성대회 슬로건을 직접 쓴 유 대표는 “지난해 성평등이 가장 문제가 됐던 분야가 군대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들이 직업 군인인 그에게는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여군들의 성폭행 피해나 군대 내 폭행 등의 문제들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듯 했다.  





“10명의 아이에겐 10개의 봄이 있어야”


인천 영종도의 한 초등학교 아이들과의 수업이 지난해 가장 행복했던 수업이었다는 유 대표는 앞으로 캘리그라피가 방과 후 학습으로 적극 활용되기를 바랐다. 갈수록 메마르고 있는 아이들의 감성을 캘리그라피를 통해서 치유하고 상상력을 자극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캘리그라피는 주로 붓으로 작업하지만 나무젓가락, 파뿌리, 나뭇잎, 나뭇가지, 면봉 등 다양한 도구로 작업할 수 있는 만큼 창의력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것. 

“아이들에게 봄에 대해 써보자고 하면 천편일률적인 봄의 모습만 표현해요. 10명의 아이들에게는 10개의 봄이 있어야 합니다. 선생님이나 부모님한테 듣고 배운 봄 말고 스스로 생각하는 창의적인 봄의 이야기가 있어야지요. 캘리그라피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상상력을 맘껏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바라는 방과 후 학습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좋은 일자리가 될  것이라는게 그의 생각이다. 현재 캘리그라피를 배우는 사람들의 약 90% 정도가 여성. 유 대표는 그 여성들이 캘리그라피를 배우는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될 수 있게 되기를 바랐다.   





‘일연(一淵)’, 목마른 사람을 위한 작은 연못


해외 전시나 공연을 통해 한국의 캘리그라피를 널리 알리고 있는 유 대표는 한글 전도사이기도 하다. 붓과 먹이 생소한 서양인들과의 소통을 통해서 한글에 대한 자부심과 올바른 한글 전파에 대한 책임감도 더욱 커졌다.

“초창기에 이탈리아 카라라라는 곳에서 사람들에게 캘리그라피로 이름을 써줬는데 처음에는 알파벳으로 써 준거에요. 그랬더니 어떤 사람이 ‘당신은 한글로 된 작품을 전시도 하고 있으면서 왜 내 이름을 알파벳으로 쓰느냐, 한글로 써주면 훨씬 더 멋있을텐데’라는 거에요. 내가 친절이 지나쳤던 거죠. 그 뒤로는 더욱 적극적으로 한글을 알리게 됐지요.”


그의 호는 ‘일연(一淵)’. 목마른 짐승이나 사람들이 들러서 목을 축이고 가는 산 속의 작은 연못이라는 뜻이란다. 그에게 호를 지어준 스님은 “유 대표가 혼자 잘 먹고 잘 살 수 없는 사람”이라며 그의 성품을 빗대어 그를 일연이라 불렀다고 한다. 100여 장 이상을 써야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는 캘리그라피임에도 그는 남을 위해 대가없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내가 만족하는 것보다 내 글씨는 보는 불특정 다수가 만족하는 것이 캘리그라피입니다. 캘리그라퍼는 예술가, 디자이너이기도 해야 하고, 시인이기도 해야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콜라보레이션의 담당자가 되는 것이죠.”



김수희(여성연합 활동가)




※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특별전 ‘성평등, 우리가 걸어온 길 캘리그라피展’은 3월 2일(월)부터 3월 27일(금)까지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 허스토리홀에서 개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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