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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참가 후기] 미투 운동은 사회변화를 위한 공감 능력 (정모경 3.8여성대회 기자단) 본문

제35회 한국여성대회(2019)/사진 영상 및 참가후기

[참가 후기] 미투 운동은 사회변화를 위한 공감 능력 (정모경 3.8여성대회 기자단)

여성의날 여성연합 2019. 3. 25. 16:07

[참가 후기_2019년 3.8세계여성의날 기념 제35회 한국여성대회]

“미투 운동은 사회변화를 위한 공감 능력”


3월 8일 금요일 오랜만에 미세먼지가 잦아든 맑은 하늘 아래의 광화문 광장은 따뜻했던 날씨만큼 분위기도 뜨거웠습니다. 세계여성의 날 111주년을 기념하는 제35회 한국여성대회가 오후 5시부터 시작됐고, 이 날은 이전의 여성대회보다 훨씬 더 많은 참여자들과 함께 했습니다. 주최측 추산 5천 여 명 가량의 인파가 여성의 날을 기념하며 축제와 같은 분위기를 즐겼습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기억연대)’,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등 여성, 시민, 노동단체들이 운영하는 부스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이벤트들은 현장의 보랏빛 열기에 힘을 더했습니다. 저마다의 보랏빛 믿음을 간직한 언어들 사이에,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제35회 한국여성대회의 슬로건은 ‘#미투,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와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 이 두 가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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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캠페인의 목적은 성폭력 피해자와 생존자들의 소리를 들음으로서 그들에 대한 공감과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미투 운동은 ‘수동적(passive)’인 공감보다는 ‘변화시키는(transformative)’ 공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변화시키는 공감이란 무엇일까요? ‘변화시키는 공감’이란 미투 발화자(피해자나 희생자를 포함)를 ‘타자’로 거리를 두거나 바라만 보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능동적으로 ‘듣는(listening)’ 것입니다. 이 ‘듣기’는 그저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닌, 어떠한 주제에 대해 자기 반성과 본인들의 변화에 대한 가능성 검토를 필요로 합니다. 이러한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는 ‘공감을 통한 권익 신장 (empowerment through empathy)’ 이라는 슬로건 아래 2007년 미투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한마디로 미투 운동은 성폭력 생존자들의 발화의 기회와 연대의 장을 창조해내기 위한 것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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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그 어떤 때보다 미투와 위드유(#WithYou) 운동이 한국 사회를 흔들어 놓았던 해였습니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 경험 ‘말하기’는 들불처럼 번져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한국 여성들의 연대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특히 한국 사회의 미투 운동은 2018년 1월 29일 현직 검사 서지현씨의 검찰청 내 성범죄 및 성폭력 폭로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 검사는 이에 대한 공로로 2019년 한국여성대회에서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미투 운동을 통해 우리나라의 성폭력 피해자들과 여성들의 연대의 장이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는 한국 사회의 성불평등이라는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낸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서 검사는 “미투가 번져 나가는 세상이 아니라 미투가 없어지는 세상에서 사는 것”이 그의 꿈이라며, 여성대회에 참가한 여성들과 함께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공감과 연대를 이끌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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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과 같이 올해의 여성대회에서도 성평등 디딤돌 시상과 걸림돌 발표가 있었습니다. 한국여성대회 사회를 맡은 배우 권해효 씨는 시상에 앞서 성평등 걸림돌 부문의 후보들이 줄어들지 않고 나날이 생겨나 안타깝다는 말과 함께 선정자들을 호명했습니다. 제35회 한국여성대회 성평등 걸림돌은 안희정 성폭력 사건 1심 재판부, 성폭력 가해자 비호에 급급한 경북대, 금융권 채용 성차별 기업(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신한카드,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등 8팀이 선정돼 대회 참가자들의 격렬한 비난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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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을 외치는 것이 보다 더 힘든 이유는, 아마 용기를 내어 발언한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가 빈번히 일어나고, 피해자의 경험을 통해 연대의 장을 만들기보다 그저 방관하는 것에 그치는 것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수동적’ 공감은 때때로 피해자들을 대상화하고 소비해 사회정의를 위한 운동을 좌절시키기도 합니다. 한국의 미투 운동을 통해 피해자들이 바랐던 것은 그들의 이야기를 그저 ‘듣는’ 것만이 아닌, 공감과 이해를 통해 피해자들이 안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앞서 이야기했던 ‘변화시키는’ 공감이며, 미투 피해자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 간의 감정의 연대이기도 합니다. 타나라 버크의 목표였던 사회변화를 이끌어내는 ‘변화시키는’ 공감은 서지현 검사가 말한 미투가 사라지는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과도기적 수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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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대회 진행 도중 대회 참가자들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서울 구경을 하다가 광화문에서 여성대회를 하는 것을 보고 온 외국인 참가자들도 간간히 있었습니다. 그들은 여성대회를 통해 젠더 이슈가 조금 더 ‘인지(awareness)’되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물론 여성대회가 시작한 지 35년이 되었지만, 그들이 말했듯이 한국 사회의 젠더 감수성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겨우 수면 언저리에 비쳐 물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제야 조금 인지되는 정도의 수준입니다. 올해 제35회 한국여성대회는 5천여 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했습니다. 그들과 함께라면 앞이 잘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물 속에서 반짝이는 수면 위로 힘차게 차고 올라와 신선한 공기를 크게 들이마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정모경(3.8여성대회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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