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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성평등 디딤돌] 2026년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41회 한국여성대회 본문
[성평등 디딤돌] 2026년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41회 한국여성대회
kwau_38 2026. 3. 24. 12:00

19세 미만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이끌어낸 생존자들(공폐단단)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생존자와 연대자 모임(이하 공폐단단)은 친족성폭력 생존자들이 중심이 되어 결성된 모임으로, 공폐단단의 활동은 2019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부성애의 두 얼굴’ 편이 친족성폭력을 ‘충격적인’ 소재로 다루며 피해자를 무력한 존재로 재현한 것에 대해 생존자들 사이에서 깊은 분노와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시작되었다. 공폐단단은 2021년부터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요구하는 ‘매마토(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시위를 시작해 60회 이상의 시위를 이어오고 있으며, 이 외에도 캠페인, 언론 인터뷰, 강연, 저서 활동 등을 통해 친족성폭력 의제에 대해 침묵을 강요받아온 경험을 사회적으로 확산해왔다.
공소시효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처벌을 면제하는 제도다. 그러나 친족성폭력은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말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특성을 지니는 범죄로, 친족성폭력 상담 사례의 55.2%가 피해 이후 상담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된다(한국성폭력상담소 2019 상담 통계). 공폐단단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와 침묵의 강요가 어떻게 성폭력을 은폐해왔는지를 고발하고, 생존자가 함께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사회를 바꾸는 힘임을 증명했다. 그 결과 2025년 12월 2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에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친족관계에 의한 성범죄에 대해서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로써 공폐단단의 활동은 생존자의 경험을 연대의 언어로 바꾸고, 성폭력 피해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확장하였다.

제주평화인권헌장 선포를 이끌어낸 제주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제주차별금지법제정연대(이하 제주차제연)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한편 제주 지역의 평화와 인권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2020년 8월 제주도 내 19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이 연대하여 결성된 조직이다. 제주차제연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은 물론 2022년 ‘제주특별자치도 혐오표현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조례안’ 제정 촉구 등 지역사회에서 평등과 평화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사회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2024년 제주도정 차원에서 진행된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 과정이 혐오 세력의 조직적인 방해로 난항을 겪었다. 이에 제주차제연은 공청회 현장에서 직접 대응해 도청 앞 기자회견과 피켓팅, 성명 발표 등을 통해 혐오 세력에 맞섰고, 끈질긴 투쟁은 2025년 12월 제주평화인권헌장 선포라는 역사적 성과로 이어졌다. 이 헌장은 성적 지향을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 원칙을 명문화하는 것으로 인권이 타협할 수 없는 보편적 권리임을 선언한다.
제주차제연의 활동은 차별금지법 제정이 정치적 방관 속에 지연되는 상황에서도 지역의 연대와 시민 행동이 어떻게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평화의 섬’ 제주의 정체성에 ‘인권’이라는 실질적 가치를 채워 넣었으며, 행동하는 시민 연대가 민주주의의 기반을 지키고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는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로써 제주차제연은 구조적 차별에 맞선 지역 시민운동의 사례를 제시하고, 한국 사회 전체에 인권의 가치와 평등의 가능성을 다시 일깨운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성폭력 피해 이후의 삶이 다양하고 존엄하게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 영화 <세계의 주인>
2025년 10월 개봉한 윤가은 감독의 영화 <세계의 주인>은 주인공 ‘주인’의 일상에서 마주하는 관계와 감정, 선택의 순간들을 따라가며 성폭력 피해 생존자의 삶을 여성주의 시선으로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영화는 주인이 겪은 성폭력의 순간을 자극적으로 재현하거나 피해의 경위를 되짚는 대신 ‘피해자다움’이라는 사회적 통념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주인’의 현재에 집중한다. 일상의 한가운데에서 그때그때 다가오는 관계와 감정, 선택들의 순간들을 섬세하게 따라간다. 학교와 가정이라는 환경, 우정과 연애와 같은 삶에서 흔들림과 평온이 공존하는 일상에 주목함으로써 성폭력 피해 경험이 한 사람의 삶 전체를 규정하지 않으며 피해 이후의 삶 또한 다양하고 존엄하게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 영화는 주인의 과거를 단 한 번도 플래시백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주인의 말투와 침묵, 관계 등 현재의 조건을 세밀하게 그리는 것으로 관객이 주인의 과거를 능동적으로 해석하도록 유도한다.
나아가 성폭력 생존자 당사자뿐 아니라 조력자, 지원자 등 주변 사람들과의 공존과 관계 맺기를 통해 생존과 회복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임을 환기한다. 이처럼 주인의 세계는 곧 모두의 세계로 확장된다. 영화 <세계의 주인>은 성폭력 피해 이후의 삶을 ‘극복’이나 ‘치유’의 서사로 환원하지 않고 한 개인이 자신의 삶을 온전히 일궈가는 과정으로 제시함으로써 성폭력 피해 이후의 삶이 다양하고 존엄하게 존재할 수 있음을 일깨우고, 함께 연대하는 삶의 희망을 보여주어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한 단계 확장했다.

최말자 님의 무죄 판결을 이끌어낸 법무법인 지향
법무법인 지향은 성폭력 피해자의 권리 회복과 사법 정의 실현을 위해 공익소송을 꾸준히 수행해온 법률가 집단으로, 1964년 발생한 성폭력 피해 사건의 당사자인 최말자 님의 재심을 위한 공동변호인단을 구성했다. 그리고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이 사건의 재심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최말자 님의 사건은 성폭력 피해자가 폭력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가해자로 판단되어 처벌받은 사건으로, 사건이 발생한 지 수십 년이 지나 관련 인물과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법인 지향은 2019년 사건을 수임한 이후 재심 청구를 시작으로 1·2심 기각, 대법원의 파기환송, 고등법원 재판에 이르기까지 긴 법적 투쟁을 이어갔다.
그러한 투쟁 끝에 마침내 재심 개시를 이끌어냈으며, 2025년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확정지을 때까지 피해자의 대리인으로서 끝까지 책임을 다했다. 최말자 님 사건 변호인단의 김수정 변호사는 자신의 저서 <아주 오래된 유죄>에 다음과 같이 썼다. “같은 싸움이 반복되는 것 같아도 같은 싸움은 없다. 포기하지 않은 싸움에는 늘 한발 전진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말자 님의 판결은 재심을 통해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를 인정한 최초의 사례로, 오랜 시간 범죄 피해자에게 닫혀 있던 자기 구제의 가능성을 법적으로 확인하고 확장한 중대한 판례다. 이러한 결과를 이끌어낸 법무법인 지향의 활동은 오랜 세월 침묵과 낙인 속에 방치되어온 피해자의 저항을 정당한 권리로 자리매김하게 하였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법적 판단 기준과 사회적 인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국가 폭력의 현장을 역사의 장으로 바꾸기 위해 투쟁해온 동두천옛성병관리소철거저지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
동두천옛성병관리소철거저지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기지촌 미군 ‘위안부’ 여성들에 대한 국가폭력의 역사적 현장이자 증거인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를 지키기 위해 결성된 연대체다.
공대위는 2023년 2월 동두천시가 소요산 관광지 확대 개발을 이유로 옛 성병관리소 철거를 시도한 직후 출범했다. 공대위는 철거 중단을 요구하며 시장과 시의회 면담, 대화협의체 참여, 집회와 기자회견, 국회 청원, 감사원 감사 청구, 철거 현장 저지, 역사 아카이빙, 400일이 넘는 천막농성까지 이어오며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공대위의 투쟁은 국제사회의 깊은 지지를 받기도 했다. 유엔의 특별보고관(진실·정의 특별보고관, 문화적 권리 특별보고관, 여성폭력 특별보고관)은 2024년 11월 한국정부에 서한을 통해 2022년 9월 대한민국 대법원이 기지촌 성병관리소의 운영이 국가 주도의 폭력이었으며, ‘위안부’ 여성들이 그 폭력의 피해자임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피해 여성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거나 공식적인 사과를 위한 어떠한 입법, 행정적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며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를 역사적 기억의 장소로 인정하고 추진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공대위의 투쟁은 긴 세월 지워져온 기지촌 피해 여성들의 역사를 공적 기억의 장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경험은 지워야 할 역사가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성찰하고 반성해야 할 역사이다. 공대위는 침묵을 강요당했던 여성들의 삶을 역사로 복원하며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기억과 책임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폭력에 맞서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에 연대하는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식민지배와 집단학살, 군사점령, 아파르트헤이트(식민주의적 인종분리정책), 정착민 식민주의의 현실을 한국사회에 알리고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에 연대하는 페미니스트 단체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300여 개 단체와 함께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을 구성해 격주 정례 집회를 이어가면서 팔레스타인 정세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또한 한국석유공사가 가자지구 인근 해역 가스전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론화하여 BDS 운동(Boycott, Divestment and Sanctions, 보이콧·투자철회·제재)을 통해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성소수자 친화적 국가’로 홍보하며 군사주의를 은폐하는 ‘핑크워싱’ 전략을 비판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활동은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위한 활동이자 동시에 여성과 소수자에게 교차적이고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억압의 고리를 끊어내는 활동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으로 인해 발생되는 가부장적 폭력의 순환을 끝내고, 억압받는 모든 존재에 대한 해방을 통해 모두가 존엄하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또한 성평등은 군사 점령과 식민지배 위에서 실현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식민주의·군사주의·자본주의·가부장제가 교차하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한국 사회의 성평등·기후정의·평화운동과 연결하고 확장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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