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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제38회 한국여성대회 - 성평등 디딤돌 본문
미군 기지촌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가 책임 인정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낸
미군 ‘위안부’ 국가손해배상 청구소송 122인 원고와 대리인단
2014년 6월 25일 미군 ‘위안부’ 122명은 기지촌 성매매의 책임이 국가에 있음을 주장하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8년여만인 지난 2022년 9월, 미군 ‘위안부’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하는 대법원 결정을 이끌어냈다. 이들은 수많은 편견과 낙인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한미동맹의 유지 강화,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을 명분으로 기지촌을 조성, 관리, 운영하며 성매매를 조장하고 권유하였을 뿐만 아니라 강제적 성병관리 등 위법행위를 자행했음을, 즉 국가에 의한 부당한 폭력과 인권 유린이 있었음을 생생하게 고발했고 대법원 확정판결로 자신들의 피해와 존재를 증명했다. 8여년에 걸친 소송에서 마침내 이뤄낸 승리는 성매매 피해를 회복하고, 전업을 도모하고, 삶을 돌보는 공동체를 만들어온 35년의 기지촌여성인권운동의 역사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이 현장에서 피해생존자에서 활동가로 성장한 122명의 원고들과 국가권력에 의해 희생당하는 여성들이 다시는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희망으로 피해자들의 입장을 정확히 대변하며 든든하게 지원해 온 대리인단이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 미군 기지촌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가 책임을 명명백백 밝혀낸 122명의 원고와 대리인단, 그리고 함께한 연대자들의 투쟁과 승리는 배제되고 낙인찍힌 여성과 소수자들에게 낙인을 깨고 나올 힘과 ‘우리’가 이길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더욱이 혐오와 백래시의 시대에 지친 여성과 소수자들에게 큰 위로와 희망이 되었다.
단단한 연대로 캐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권 확장한 전국여성노동조합 상록CC분회
전국여성노동조합 상록CC분회는 화성, 김해, 천안에 위치한 3개의 상록 골프장 캐디노동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이다. 캐디는 사업주가 특수고용으로 채용하여 노동권을 박탈하고 무급노동을 요구해 온 관행이 굳어있는 직종이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노동법의 사각지대로 인해 권리 보호를 위한 법‧제도로부터 소외되기 쉬우며, 이는 노조법의 적용에 관해서 역시 마찬가지다. 노동조합에 대한 인정 자체가 쉽지 않은 노동 조건이므로,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노동조합 결성이나 교섭을 이뤄내기란 더욱 어렵다. 그러나 2017년 화성상록CC를 시작으로 2018년 김해상록CC, 2022년 천안상록CC 각 지회가 결성되었고 2022년 상록CC분회는 캐디 투쟁 역사상 최초로 3개의 지회가 힘을 합쳐 집단교섭을 시도하였다. 교섭과정에서 회사의 탄압과 부당노동행위가 있었지만 3개의 지회는 서로 단결하여 단체교섭의 시작과 끝을 함께 했고 2022년 11월 단체협약 체결을 이뤄냈다. 이번 투쟁 결과, 단체협약 조항에 성희롱과 폭언으로부터 캐디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 강화되었다. 또한 잔디가 파인 부분을 흙으로 메꾸는 ‘배토’와 캐디교체, 사업장 청소 등을 위해 대기하는 ‘대기당번제’는 특수고용직 노동자인 캐디에게 무급으로 강요되어왔는데, 이번 투쟁을 통해 배토 횟수가 축소되고 당번제가 폐지되었다. 상록CC분회의 투쟁은 여성 집중 직종인 특수고용노동자 캐디의 노동권을 향상시킨 모범 사례이며 분회 간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넘은 연대로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했다는데 더욱 의미가 있다. 불안정한 위치의 여성노동자들이 단단한 연대로 만들어낸 변화는 노동탄압 속에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고자 오늘도 거리와 노동현장에서 함께 투쟁하고 있는 이들에게 힘과 희망이다.
해군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파기환송심을 이끌어내고 군대 내 여성과 소수자 인권의 향상을 만들어낸
해군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변호인단
2018년 11월 8일 고등군사법원이 해군 내 성소수자 여군을 상대로 한 성폭력에 대해 1심 유죄선고를 뒤집고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피해 당시 초급 여군 장교이자 성소수자인 피해자는 직속상관인 A중령과 B대령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1심에서 A중령은 징역 10년, B대령은 징역 8년형이 선고되었으나 고등군사법원은 “피해자가 저항하지 않았으므로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된다”라는 이유로 피해자의 구체적 피해사실의 진술을 배척하고 가해자의 진술만을 채택하는 최악의 판결을 내렸다. 이후 2018년 12월 꾸려진 공동 변호인단은 이 사건의 법률대리인단으로 상고심과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대리하였고 약 3년간의 대법원 상고심과 파기환송심 대응을 했다. 또한 4년간의 민사소송, 대법원 장기 계류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UN인권이사회 특별절차 진정제출 등의 다양한 법적 지원 활동도 진행했다. 장기간에 걸친 다양한 법적 지원 활동의 결과로 2022년 3월, 대법원 상고심에서 B대령에 대해 유죄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이끌어냈으며, 2023년 2월 10일 선고된 파기환송심에서 A중령은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이러한 변호인단의 활동은 피해자가 겪은 성폭력 피해뿐 아니라 성평등한 군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다양한 의제를 공론화하는데 기여하였고,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군사법원의 성인지 감수성 미비, 강간죄의 법적 요건인 최협의설 문제, 피해자다움의 편견 등 군 사법 제도의 문제점과 실효성 없는 군 성폭력 예방대응체계의 문제를 공론화하여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의 민간법원 이양 등 실질적인 군 사법 제도의 개혁에 기여했다. 해군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변호인단의 이러한 활동은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의 제대로 된 해결 방향이 무엇인지 제시하였고 군대 내 여성과 소수자 인권 향상을 위한 길을 만들어냈다.
지역, 여성, 청년 페미니스트 정치의 가능성을 열어낸 청주페미니스트네트워크 '걔네'
청주페미니스트네트워크 ‘걔네’(이하 ‘걔네’)는 지역 시민사회 내 성희롱 사건 등에서 피해자와 연대했던 페미니스트들이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절감하여 2021년 11월 출범했다. 출범 이후 ‘걔네’는 성별갈라치기와 백래시에 편승한 제20대 대선을 목도했다. '구조적 차별과 혐오'가 정치에 이용되고, 청년 여성의 목소리를 배제하는 백래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걔네’의 고민과 질문은 '직접 의회 정치 진출'이라는 도전으로 이어져 제8회 지방선거에 7명의 예비후보자를 등록했고 3명이 선거에 출마했다. 이들은 반페미니즘 정서가 두텁고 청년 여성 정치인에 대한 편견이 강한 지역사회에서, 선거 운동 전략으로 오히려 ‘페미니즘이 당당한 청주’라는 슬로건과 ‘페미니스트 정치인’이라는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로써 백래시 상황에서 페미니스트로서 자신을 드러내기 어려웠던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고,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깨고 페미니즘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확산하는 중요한 계기를 이끌어내었다. '걔네'는 페미니즘은 모든 차별에 반대하며 페미니스트 정치는 차별 받는 이들과 연대하여 세상을 바꾸는, 모두의 존엄한 삶을 위한 정치라는 것을 지역 사회에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이러한 도전은 기득권 남성들이 독점해 온 척박한 지역 정치 공간에서 ‘청년 여성 정치 주체’를 가시화 하였고 페미니즘 정치의 가능성을 열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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