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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3.8여성대회] 제37회 한국여성대자원활동가 후기 모음 본문
2022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7회 한국여성대회에 함께 해주신 자원활동가들의 후기를 소개합니다.
[김백정은 님 후기]
여성주의를 같이 공부한 분들을 만난 순간, 함께 걸어갈 페미니즘 동지가 생겼다는 기쁨에 가슴 깊이 행복했답니다.
집회에서 누구와 함께 하는 기분을 느낀 적이 없어서요. 감동했어요ㅠㅠ
자원활동가로 참여할 수 있어 진짜 너무 영광이었고 즐거웠습니다.
월경 때문에 몸이 무거웠지만 ‘늑대가 나타났다’ 노래가 나오는 순간 힘이 솟았고,
함께 무대에 오른 자원활동가님 덕에 힘껏 코러스 할 수 있어 기뻤어요!!!
미란 활동가님의 밝고 박력 넘치는 에너지 너무 멋있었고 많이 배우는 기분이었어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분주하였으나 배려심이 느껴지는 따스한 시간이었습니다.
또 함께 하고 싶어요!!!♡
[김채윤 님의 후기]
어떤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표심 잡기를 위한 혐오정치만 가득했던 대선 시점에 <내가 바라는 나라>라는 질문은 더욱 와 닿았습니다.
답변 중 ‘여혐이 장사가 되지 않는 나라’는 남성 유권자의 목소리만 과대 대표되고 여성혐오가 이용, 심화되는 현 상황을 아주 간략하지만 정확하게 요약해 놓은 글 같아 너무나 공감이 되었습니다.
평등하고 안전한 사회라는 우리의 요구와 달리 ‘공정’만을 내세우는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앞으로의 5년이 걱정스럽고 막막하지만, 3월 5일 우리가 보신각에서 함께 모여 나와 우리를 위해 외쳤던 것처럼 이 기간 동안 서로를 연결하고 돌보면서 지치지 않고 잘 살아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니까요!
[장효은 님의 후기]
함께 하는 것, 연대의 힘에 대해 다시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여성이슈를 접할 때 분명 나 이외의 많은 사람들이 존재함에도 혼자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어떤 성취나 목표보다도 나 자신의 실패와 무력감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광장에 모여 서로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진보하고 쟁취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투쟁하고 있고, 그 속에서 작아보일 수는 있으나 뜻 깊은 성취들을 얻고 있고, 무엇보다도 서로를 지지하며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번 여성대회는 대선을 앞두고 진행되어 관련 의제들이 활발하게 논의되었습니다.
대회 참여 이전에는 이번 대선과 그 결과에 대해 마냥 부정적인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예견되는 부정적인 모습에도 낙담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을 찾고 있습니다.
함께 모여 목소리를 내고 몸을 움직이는 것의 힘을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긍정적인 미래를 생각하며 현재에 지치지 않을 수 있게 되어 뜻 깊은 여성대회였습니다.
[조아현 님 후기]
아직 날은 쌀쌀하지만 하늘은 맑고 푸른 초 봄의 토요일, 광장으로 향했다.
드레스 코드인 보랏빛을 하나 두 개씩 몸에 지닌 사람들의 생생한 색감도 재미있었지만, 마스크를 뚫고 나오는 기대감으로 빛나는 눈동자들도 재미를 더하는 풍경이었다.
행진할 때 들었던 깃발은 꽤나 무거웠지만 함께 걷고 있는 사람들의 어엿함을 눈에 새기며 나도 따라서 깃대를 높이 올렸다.
우리는 돌봄을 받고 의존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덜 중요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으며, 좁은 의미의 가족 외에는 서로 의존하기 보다는 독립적인 인간이 되는 것이 바람직한 사회 속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평생을 돌봄 받지 않고 사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오늘의 행진처럼 옆에 같이 걷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경쟁이 아니라 연대의 기쁨을 줄 때, 깃대가 무거울 때는 바꿔 들어줄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내일이 기대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나아가 함께 외쳤다.
모두의 내일을 위해, 오늘 페미니즘!
[쟁뉴 님 후기]
날이 갈수록 세상이 망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지낸다.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이 불안감의 너무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혐오를 매개로 우애를 다지는 현상에 아주 익숙하다.
여성과 비만인, ‘못생김’과 동성애를 혐오하며 웃고 떠드는 개그 프로그램이 주말마다 틀어져있는 집안에서 자랐다.
월요일이 되면 아이들과 함께 그 개그 프로그램을 보았는지, 어느 비하가 마음에 들었는지 떠들고 재현하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나이를 먹고 점점 내 세상을 넓히면서, 이것이 어쩌면 이 세상의 작동 원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세상 모두가 자기보다 덜 정상인 사람 앞에서 자신의 정상성을 흔들며 결집을 다진다.
성별갈등을 동력으로 돌아가는 대선의 등장은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지역감정처럼 이미 혐오가 정치에 사용된 역사가 있다.
이번이 성별의 차례인 것이고, 다음은 또 다른 소수자의 차례일 것이다.
날이 갈수록 한심해지는 선동의 수준과, 거기에 넘어가서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 그리고 점점 더 궁지로 몰리는 소수자들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 헤맸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도 집회에 참여하고 깃발을 들었다.
하지만 나는 환영받을 자신이 없었다. 내가 아는 페미니즘은 그런 것이 아니었고, 내가 아는 페미니스트 중에도 그런 사람은 없었지만,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더구나 대선 시국 들어 이것이 뜬금없이 계속해서 끌어올려지는 것을 보아온 입장에서 트랜스젠더인 나는 모든 연대의 순간 앞에서 거대한 두려움을 품고 발을 내딛는다.
혐오는 상대를 바라보지 않는 것으로 시작한다.
내 주변에는 없는 것, 나와는 만날 일 없는 것들을 존중 바깥으로 밀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렇다면 거리에 나가 사람들을 똑바로 바라보며 구호를 외치고, 페미니즘 문구가 새겨진 옷을 입고 집에 돌아가는 젠더 비순응자의 존재가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고 균열이 되고 안전이 되고 또 위협이 되길 빌며 활동에 참여했다.
상대를 바라보지 않고 그린 페미니스트는 흔히들 특정 연령대, 계층, 성별, 정체성으로 한정되어 생각되곤 한다.
하지만 여성대회에서 마주한 얼굴은, 늘 그랬듯 결코 그런 식으로 한정된 존재가 아니었다.
변 하사의 특별상 수상 앞에서 나는 두려움에 떨었다.
박수가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닐지, 야유가 터지는 것은 아닐지.
하지만 페미니즘은 만연한 혐오의 언어와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
‘우리’를 넓히는 것을 동력으로 하는 정치가 시작되길 빈다.
[민경 님 후기]
여성대회 다음날 대선 결과를 보면서 ‘아, 어제 다녀오길 정말 잘했다’ 생각했어요.
예고된 퇴행에도 절망하지 않고 우리의 지향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해주신 자원활동가 여러분~ 감사했습니다.
내년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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